◉강동구정신건강칼럼 2010-10-01호◉

단주와 회복

행복을 만드는 집 이 레 지 나

“오늘 저는 뚜껑이 확 열려서 왔습니다. 저는 술을 끊는 것이 아니라 술에 의존하고 싶습니다” ‘행’집 주관으로 삼성생명 1층 세미나실에서 12회기로 매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A씨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고부간의 갈등 속에서 며느리인 A씨가 늘 시어머니한테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램 강사는 A씨의 사연을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A씨와 똑같이 대응한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생활 속에서 사건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그 사건을 심리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보통 사람에게 20점짜리 스트레스가 알코올 의존자에게는 40-50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 중 알코올 의존자는 알코올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의존은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문화적인 부분에서 기능의 손상을 동반합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암환자가 처음에 부정하는 단계를 거치듯이 알코올 의존자도 자신의 기능이 손상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아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A.(Alcoholics Anonymous)에는 12단계가 있고, 12단계를 실천하면서 단주와 회복의 여정을 갈 수 있습니다. 12단계중 제 1단계가 알코올에 무력한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치료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인정하지 않으므로 치료의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A.A.에서는 자신의 회복 중에 타인을 위한 봉사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회복자는 의존자가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 무리수를 두며 달리지 않습니다. 알코올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기꺼이 만납니다. 자신을 쉽게 여는 경우에는 쉽게 진행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람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짧게 전달하고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옵니다. 그에게서 먼저 요청이 오지 않으면 일부러 만나러 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회복자가 퍼뜨린 씨앗이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 내부의 갈등을 일으키며 회복자에게 연락을 해 올 경우 관계는 긍정적으로 발전합니다. 위대하신 신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맡기는 3단계를 실천한 후 내가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4단계를 거칩니다. 보상하는 단계에서 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사람에게 직접 보상할 자신이 없는 경우에 믿을 만한 단 한사람에게 온전히 고백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단계에서 의존자는 갈등을 겪고 분노도 일어나고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내 과거를 단 한사람에게 온전히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내면에서 고백할 내용과 고백하지 않을 내용을 구분해서 선택적으로 고백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위대하신 신만이 알고 있습니다. 고인물이 썩듯이 내면에 묻어둔 진실은 곪아 폭발에까지 이룹니다. 폭발을 하면서 재발이라는 사이클로 다시 진입하게 됩니다. 재발 사이클로 재진입을 막기 위해 내면의 온전한 청소는 필수입니다.

전통 한국문화에서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할 만큼 인내를 강조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가정의 어머니들이 알코올의존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망치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자식이 불쌍해서 끝없는 죄책감으로 자신의 내면을 열지 못하고 알코올로 계속 피해 다닌 결과 알코올의존의 상태에 놓였고, 이런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복과정에서도 자신을 열지 못하면 술은 마시지 않지만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계속 피해 다니는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그 자신입니다. 다른 회복자들이 도와주려는 노력 100을 해도 자신이 연 10만큼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10만큼 변화된 것도 크게 지지하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가 회복하기 위해서 타인에게 봉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는 타인에게 봉사할 여력은 없고 오로지 받아 먹는 데만 익숙합니다. 이것은 진정한 회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분노조절 프로그램’은 이러한 어려움을 가진 여성들을 위해 준비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면의 갈등을 어떻게 표출하고 해결해 나갈지, 내면의 갈등, 고통으로 드러난 부분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고 아주 작은 일부임을 인식합니다. 자신이 갈등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자신이 사랑스런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 과거에 술로 도피하던 생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소중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매진할 것입니다.

A씨는 그 시간 이후 그런 표현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A씨 외에도 회복을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여성 가족들이 초기에 우울하고 어두운 상태에서 점차 얼굴이 환해져 가는 것을 발견할 때 희망의 빛을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