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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정신건강칼럼 2010-0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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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478회 작성일 2010-08-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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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요나 정신과 의원 김만희




 


아무리 어둡고 험난한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어둡고 험난한 세월에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닙니다. 단지 이번에 술이 과해 안사람과 좀 다툰 것 뿐 입니다.”어제 입원한 그는 아직 술이 덜 깬 목소리로 내게 항변하듯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심각한 지경의 알코올 의존 상태였고, 지금은 스스로 벗어나기 힘들 정도까지 몸도 마음도 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말이 틀렸다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알코올 의존이라는 병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을 것이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인정하기가 싫은 것일 수도 있고, 아직은 맑은 정신이 아닌지라 스스로의 마음을 알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부인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울면서 이야기했다. 이제 더 이상은 못 참아요. 해 볼만큼 다 해보고 이제 더 이상은 방법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이혼할거예요. 이젠 마지막이에요. 아이들 때문에 참았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헤어져야겠어요.... 뭐라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말하지도 못하고 참았던 아픔을 듣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역시 그 부인이 말한 것에 모두 공감하긴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해 볼만큼 해봤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한 말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 환자 분과 부인은 아직 알코올 의존이라는 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였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몰랐었고, 그저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것, 저것 애쓰다 지친 것 뿐이었다. 사실상 이제 끝이 아니고 진정한 치료는 이제 막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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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의 가족 중 누군가가 어떤 병에 걸렸다면 어찌 하는가? 예를 들어 내 가족이 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진단 받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병이 왜 생긴 것이고, 얼마나 심한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약 먹어도 낫는 것인지? 수술을 한다면 얼마나 들고, 어떤 병원이 잘하고, 어느 의사가 잘하고, 음식은 뭐가 좋고, 가족은 뭘 도와주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애쓰지 않던가? 심각한 질병이라면 의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지인을 알고 잘 진료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환자에 더 관심을 갖지 않던가?



알코올 의존도 그런 질병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를 하고 난폭해지고 가족과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 모두를 지치게 한다. 그래서 가족들은 치료를 해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회피하거나 미워하거나 복수를 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환자도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기 힘들고, 조절이나 단주를 하려고 애를 써봐도 결국 다시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포자기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코올 의존에 대한 시선을 달리 해보자. 다른 질병을 보듯 알코올 의존도 보자. 내 가족이,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아버지가 알코올 의존이라고 하면 이게 무슨 병인지, 왜 이렇게 행동을 하시는지,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낫긴 낫는 건지, 병원에 가야 하는지, 간다면 어떤 병원이 좋은지, 어떤 의사가 좋은지... 누구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잘 알지 못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겨보겠다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까? 알코올 의존 환자와 가족이 술을 조절해 마시면서 이겨 보겠다고 하는 것은 급성충수염(맹장염)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면서 참아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술을 해야 할 질병을 점점 더 키우고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당장 입원해서 치료받으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알코올 의존 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못지 않게, 정신과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기 때문이고, 막연한 불안감과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술과 싸울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가장 좋은 것은 막연히 미루는 것이 아니다. 알아보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이라는 병이 무엇인지, 어떤 치료를 해야 가장 좋은 것인지 혼자 고민하고, 가족끼리 고민할 일이 아니다. 알코올 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 알코올 단주동맹(A.A), 알코올의존 환자가족모임(Alanon), 알코올 관련 서적 등 정보를 얻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혼자 고민하지 말자. 그저 더 알고자 하는 결심만 하면 된다. 그리고 결정은 나중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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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술 없이 지내기 힘든 첫 1주일을 지내고, 식사도 잠도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그 [알코올 중독]이라고 불리는 병 – 알코올 의존 – 에 대해 같이 공부했다. 그리고 그는 병을 인정하였고, 단주를 결심하였다. 참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앞으로 갈 길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을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가려 하지 않고, 그 앞에서 성공하며 걸어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술과 싸우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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